죽음에 대하여

2023. 1. 26. 21:534050세대 심리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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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이 모습대로 살다가 죽으면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혹시 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제가 20~30대에는 솔직히 저만 생각하면 되었고, 그때는 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제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하거나 모이는 행동은 대부분 스스로 많이 자제하는 생활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40대가 되고 나니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달라진 계기가 바로 부모님의 모습을 본 후였습니다.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제가 딱 마흔이 되던 해, 3년 전에 청천벽력 같은 말을 어머니로부터 들었을 때였습니다.

 

평소처럼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력이 많이 안 좋고 사물도 찌그러져 보인다는 말에 '그냥 그저 나이가 들어 노안이 왔나 보다, 다초점렌즈 안경을 맞춰드려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겸사겸사 안과에 가서 전체적인 검진을 받게 해 드렸죠. 그런데 '황반변성'이라는 낯선 단어와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약간 초중기여서 어떠한 치료가 없고, 습성인지 건성인지 따져서 중기이상 심해지면 주사치료를 해야 한다고 그러더군요. 1년 반 정도는 어머니가 버텼던 것 같습니다. 허나 지금은 '황반변성 습성'으로 주사를 눈에 찔러 유리체(망막) 부근에 찬 물(염증으로 인해 생긴)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그뿐만 아니라 작년에 무릎이 시큰시큰거리신다고 하시더니만 이내 왼쪽 무릎에 '퇴행성관절염'까지 걸려 온전히 걷기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일어서지도 집에서 걷지도 못하시다가 이제는 헬스장과 수영장을 오가며 하루에 2~3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계십니다. 

 

이런 모습들을 맏딸인 제가 지켜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나이가 먹어가면서 어머니와 아버지를 바라보니 그런 듯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기간이 어쩌면 20년에서 많아봤자 25년 정도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부모님과 여행도 제대로 못해봤는데 살아 계시는 동안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 사드리며 한 살이라도 젊으실 때 나랑 함께하는 추억 좀 만들어드려야겠다'라는 생각이 오버랩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는 앞으로 40년이라는 내 생애 시간을 어떻게 쓰면서 살아갈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죽음'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삶
'죽음' 살아있는 동안에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할까?

 

처음에는 낯설더라고요. 하지만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테니 조금 일찍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하고 껌껌한 밤에 스탠드 하나 켜두고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생각을 천천히 해봤습니다. '죽는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하지 않아서 후회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하고 말이죠.

 

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건강을 우선으로 챙기고 무엇보다도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특이하고 괴기하고 갑자기 일상을 다 때려치우고 독특하게 살겠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핑계가 될 수 있지만 시간이 잘 나지 않아 그동안 생각만 하고 엉덩이가 무거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하나씩 해보기로 다짐한 것이었습니다. 

 

'죽음'이라는 비장한 단어로 시작했다가 결국에는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내가 해 보지 못한 하지만 의미 있는 행동을 하자'로 귀결되니 제 얼굴에서 웃음이 피식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하게 된 경험 중에 하나가 이전에 물속에 들어가 본 경험도 없는데 프리다이빙을 하게 되고, 스스로 수영장에 가서 아침 수영을 하게 되고, 이전에는 동네 운동장 한 두 바퀴 돌면서 스트레칭 정도가 운동의 전부였는데 이제는 저녁에 헬스장에 가서 9개월간 근력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정말 재미가 없는 운동 중에 하나로 헬스를 꼽던데 저는 '턱걸이 10개 해보기'라는 목표가 생기니 정말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 이루기 전까지는 운동을 그만두지 않을 생각이에요. 아니 이 목표를 이루더라도 다른 운동을 하나씩 추가해 볼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몸을 쓰는 운동만 해도 자전거 타기, 인라인 타기, 프리다이빙으로 바닷속 체험하고 생존수영 배워보기, 패러글라이딩 체험해 보기, 수상스키 타기, 스쿼시 배우기 등 할 게 많다고 생각하니 제가 살아 숨 쉬는 동안에 제대로 살아 숨 쉬는 제 자신을 많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참에 기록을 해두면 좋을 듯해서 '버킷리스트'도 하나씩 작성하게 되더라고요.

여러 가지 적어놓은 모든 것들이 '돈의 가치를 알고 경제활동을 하는 것과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고, 취미와 봉사로 타인과 함께 아우르는 삶'이라는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이 되더군요. 

 

태양을 향해 손벌려 마주한 인간의 모습
'나'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에 감사하고 타인을 아우를 수 있는 삶이 진정 멋지게 살다가는 인생 아닌가 싶다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제 몸이 다하는 날까지 돈을 벌고, 몸과 마음으로 얻은 여유를  타인과 함께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생겼습니다. 

 

정말 '죽음'이라는 무거운 단어 앞에 마주하며 천천히 생각해 보니, 한 인간으로서 열심히 사는 것 밖에는 답이 없더라고요. 어쩌면 우울한 출발이 될 수도 있는, 어쩌면 피하며 마주하고 싶지도 인정하고 싶지도 않는 이 '죽음'이라는 단어가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 더욱더 의미 있게 살 수 있도록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올 한 해도 같이 열심히 살아보도록 해요.

생각 있게 하루하루 열다 보면 나중에 눈 감는 날에 조금이라도 덜 후회된 삶이 살았노라고 마음속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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